나의 서울 상경 이야기
나는 서울로 향했다. KTX 열차는 비싸서 무궁화호 열차를 탔다. 조금이라도 더 돈을 아껴보려고 좌석이 없는 입석으로 예매를 했다. 나는 내 몸통만 한 캐리어를 끌고 열차에 올랐다. 무궁화호에는 카페 칸이 있는데, 그 칸의 오락기는 잘 사용되지 않아서 오락기의 의자는 먼저 간 사람이 공짜로 앉을 수 있었다. 입석으로 저렴하게 예매하고 공짜로 앉아서 가다니 소소한 행복이었던 것 같다.
저녁쯤 나는 서울역에 도착해서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역에 도착했다. 동대문역에서 내려 지하철 입구를 나왔을 때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야경 때문인지, 시골과는 다른 공기 때문인지 나는 시골보다 동대문에서 훨씬 좋은 느낌을 받았다. 서울의 첫날은 고시원이 아닌 찜질방에서 잠을 청했다. 지금은 어디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동대문의 찜질방에는 토스트 식빵에 딸기쨈까지 주어서 너무 좋았다. 공짜 저녁이었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돈 50만 원은 잘 아껴서 고시원비도 내고 생활비를 해야 했기에 밥값도 아까웠다. 나는 찜질방도 좋았는데, 시골에는 이런 찜질방도 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잠을 청한다는 것은 불편했다. 이렇게 나의 서울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침이 되고 나는 찜질방을 나왔다. 이제 고시원으로 향했다. 짐을 내리고 보니 고시원 방은 정말 좁았다. 고시원 가장 작은 방 하나의 월세가 매월 40만 원이었다. 짐을 정리하고 방 청소를 했다. 그러고 동네를 둘러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이삭토스트가 있어서 그것으로 끼니을 해결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지기 시작했다. 나는 고시원에서 주는 밥과 김치에 비벼 먹으려고 참기름을 샀다. 볼품없지만 그때 나에게는 훌륭한 반찬이었다. 참기름을 사면서 서울에 혼자왔다고 말하니, 참기름 가게 사장님은 자기를 아버지라고 생각하라고 말했다. 나는 별생각 없이 그 말을 잊어버렸다.
나는 얼른 생활비를 벌어야 했기에 바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퇴근하고 또 공부에 매달렸다. 서울에서 첫 번째 주말이 찾아왔다. 나는 왠지모를 고독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20살까지 입에도 대지 않았던 소주를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 다양한 술이 있지만 소주가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소주를 샀다. 20살 성인이 되어서 소주를 사는 것인데, 이상하게 죄를 짓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고시원에서 처음으로 소주를 마셨다. 고시원에서 주는 김치와 함께! 난생 처음 맛보는 소주는 너무 써서 이런 것을 왜 마시는지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김치맛으로 한 잔, 두 잔 마시다보니 만취하게 되었다. 취기가 올라서 비틀비틀 고시원방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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